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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42호] 진안 사람_[인터뷰] 사람 새끼니까 이뿐게 서로 키워줘야지 - 우리 동네 이순애 할머니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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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사무국 작성일18-04-17 14:01 조회225회 댓글0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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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19년 봄 통권42호ㅣ​진안 사람

[​​인터뷰]

사람 새끼니까 이뿐게 서로 키워줘야지

우리 동네 이순애 할머니

글/사진_심수진

​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 

 

 



  

 

아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만 있으려니 답답해서 참 많이 돌아다녔다. 읍에 살다보니 바람 잘 부는 평상에서 한참 쉬다오곤 했다. 그때 만난 평상에 계신 할머니들 덕에 육아가 좀 견딜만했다고 한다면 과장일까. 할머니들은 나보고 새댁이라고 부르며 아이를 정말 예뻐해주셨다. 당신들 다 겪었던 과정을 이제 막 시작하는 ‘엄마’에게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며 금세 곁을 내주셨다. 그 중에서도 이순애 할머니는 아이를 참 예뻐해주셨다. 이순애 할머니는 동네 아이들한테 인기가 많다. (할머니 이야기를 살리기 위해 입말 그대로 옮김)


평상에서 아이와 할머니들

어디에 살다 읍으로 온 거에요?

나는 마이산 밑, 외사양에서 살았어. 아버지(남편) 만나서 상전 가갖고 댐 생기고 여기로 왔지.

아이들을 참 좋아해요.

난 예전부텀 애기들이 그렇게 예뻤어. 이뻐. (말짓부리고 그러잖아요) 그래도 이뻐. 사람 새끼니까 이쁘지. 어렸을 때나 이쁨받지 크면 못받잖아. 젊었을 땐 아이들이 나보고 고모라고 불렀지. 애기들 예뻐서 신경을 쓴 게 애기 둘을 살렸잖아.

시장 갔다 보따리를 이고 가는데 교회 근처에서 애기 우는 소리가 나네. 교회 아들이 우는 줄 알고 ‘아가 왜 울어, 왜 울어’ 하고 묻는데 소리가 멀찌감치 들리네. 가만 보니까 애기가 땅 속 화장실에 빠졌더라고. 똥이 찌끔인게 애를 건졌지. 한번은 애기 엄마가 애기를 할머니한테 맡기고 나가는데 애기가 마루에서 툭 늘어지더니 막 기어나와. 북북 기더니 동네 새암(우물)으로 푹 들어가버리잖아. ‘할머니, 할머니 애가 새암에 빠졌어요’ 애가 푹 솟아올랐다가 푹 가라앉드만. 다행히 할머니랑 같이 애기를 건져서 살았지.

사람을 좋아해갖고 군산서 대학생들 서이 무주 구천동으로 놀러왔더라구. 잘데 없냐고 묻는데 여인숙을 찾는 모양이여. ‘큰 애기들 막차 타지 말고 우리 집 가서 잘까?’ 했더니 와서나 우리집서 잠 잘 자고 막내딸이 마이산 구경도 시켜줬지. 30 몇 년 됐드나. 그런데 지금도 고마갖고 전화오잖아. 안 잊어버리고 고마워갖고.

서울서 자전거 타고 시합 오잖아. 우린 길가 집이니까 학생들이 물 먹으러 들어와. 그라믄 돈 2~3만원씩 시원허니 물 마시라고 줘. (용돈을?) 나도 주고 잡으니까 그리 주지. 여기 양로당서 머스마 하나가 잔다고 왔더라구. 여자들 지내는 곳이라 할마니들이 애들 자는거 안 좋아하지. 애기 데려다 밥 해먹이고 물병 얼궈서 돈 이만원 줘서 그렇게 보냈지. ‘할머니 자주 올게요’ 하더라구. 근데 나도 뭔 꼴을 못보잖아. 사람 뭐 주고 잡아가지고. 큰애 하나가 술을 먹고 양로당 와서 들어누었다고혀. 내 옷 갖고 가서 싹 갈아입히고 인삼 물 끓여서 멕이고 우리집에서 밥 먹였어. 우리 동네 사람이 이모부더라구. 가 외할머니가 나랑 동갑짜리 갑계하는 사람이여. 난 그렇게 살았지.

 

할머니집을 방문한 올케와 함께

아이만 좋아하는게 아니라 사람을 다 좋아하셨네요.

컴퓨터로 사주를 빼보니까 젊었을 때 베푼 걸 노후 때 다 받아먹는다 하더라구. 그러게 팔자가 다 타고난거지. 내가 여기(아파트)와서 젊은 사람들 덕을 약간 봐? 그 사람한테는 못받아먹는댜. (무슨 덕을 봤어요?) 이렇게 찾아오고 감싸주니까 그게 덕이지. (옆에 있던 올케 : 아파트 젊은 분들이 여기 할머니한테 잘하잖아) 올 설에도 옆집 사는 아이 둘이 새배하러 왔어. 나를 끌고 새배한다고 방으로 가는거야. ‘가면 준 게 할머니네나 와야겠다’ 이런거지. 넘이라 생각하지 말고 사람 새끼니까 이뿐게 서로 키워줘야지.

동네 할머니들이 ‘난리네. 애기다 잘항게 여문소 귀마냥 따라댕기네’ 이래. 누구네 애기들이 쑥 끊어다가 내 귀에다 꽂아주드라고. ‘아기를 예뻐항게 꽃까지 꽂아주는구만’ 이러고. 누구는 내가 집에 없으면 양로당으로 평상으로 찾아다니고. 애기가 놀러와선 ‘된장이 맛있는데 된장 좀 끓여주고 그려’ 하고선 뜨거운 데로 폭 들어가 앉았어. ‘가. 나 귀찮아 죽겄어. 왜 그려’그러면 ‘왜 나를 자꾸 가라 그래요.’ 저녁에 할머니랑 잔다고 즈희 집 가서 유치원 가방이랑 가져오래. 얼마나 웃기는지 알어? 물고 늘어졌당게. 애들이 자기 예뻐하는지 더 잘 알더라고. 나 따라가서 파 뽑는다 하고. 낫도 만지고 호맹이도 만지고 얼마나 좋아.

 

할머니의 가을갈무리 3종 세트(묵, 말린 대추, 무말랭이)​

 

할머니의 저장식품과 장독대​

손주들도 예쁘겠어요.

손주들한테도 강아지, 강아지하지. 우리 손주들도 군대 갔다 오고 삼십살이 넘었는데 할머니 집에 오면 내 앞에만 둘러앉지 저그 가서 소곤소곤 안 하는 줄 알아. 주방에서 요리 배운 아가 할머니는 나만 바라보고 저만 시키랴, 그래놓고 볼에 뽀뽀하고. (진짜요? 대학생 애가?) 그럼~ 지금도 그랴. 손주 어렸을 때는 그렇게 할머니 할아버지 귀를 빨려고. 왜 그러냐 하면 부들부들해서 맛있다고. 어떻게나 얼굴을 빠는지 아가 오면 아버지랑 나랑 얼굴을 씻어야 돼.

 

할머니집 벽면에 빼곡히 걸려있는 가족사진

할머니 젊었을 때는 어땠어요?

큰 애기 때부터 일을 시작했지. (올케 : 일을 엄청 잘하셔) 내가 논에서 일을 하는데 엄마가 ‘야야, 살살혀라’ 하는거야. ‘엄마 살살하라는게 뭔 소리야’하고 물어봤어. 살살하란 소리가 하룻 일 갖고 사흘하란 소리랴. 내가 일을 우왁스럽게 혀싼게 어머니가 맨날 그 소리혔지. (꿈이 뭐였어요?) 몰라. 그런 것도 모르고 컸응게. 시집도 생각 못했어. 부지간에 기냥 온 거야. 열아홉 때 했응게 꿈도 안 꿨지. 맞선 본다고 봤는데 보나마나 하지. 사람들 방으로 하나 앉았다가 같이 나갔으니까. 일만 허다 와갖고 여 와서도 일만 했지.

시대가 그랬어. 고생도 징글징글하게 하고. 배가 고파서 허청(나무 쟁여놓는 곳)을 다 디벼다 보고 그랬어. 쑥하고 사카루하고(사카루가 뭐예요?) 단거. 사카린. 쑥하고 밀기울하고 사카하고 세 가지 넣어서 밥을 히갖고 치대서 그걸 먹고. 봄 돌아오면 석달 고사리를 꺾다가 풀이 나면 그거 팔았어. 퇴비가 없어서 거름이 안 되니까 풀을 베다 팔았지.
 
그때는 배가 고픈 때여. 큰 아들 업고 다니면서 모 심고 애들 다라이(대야)에다 놓기도 하고. 논에다 담궈놓으면 휘적거리도 하고. 상전이 수몰되고 읍내로 나오면서 아파트를 구한 것도 일을 좀 줄이려고 한거지. 그런데 해온게 있다보니 손 놓고 못살아. 여기 온게로 1층이라 좋고 주변에 밭이 있으니까 살아지더라구. 400평 집에서 살았는데 아무래도 집도 좁고 온갖 것이 다 불편하지. 앤간히 퍼줬더니 이장이 수고 많다고 하드라구. 옛날에는 마을에 무슨 일 있고 그럼 직원들이 다 나왔어. 그 사람들 다 밥해줬지. (올케 : 손이 크셨어) 아들이 무주에서 펜션을 했는데 13년간 반찬을 했지. 나도 이렇게 생각하면 징글징글하다, 나도 이젠 힘이 부칭게 후딱 못하잖아. 음식을 잊어버려서도 못해. 건강한 사람인데 이 놈의 다리가 말을 안 들응게.

다리 안 아프고 할아버지 건강하고 자식들 잘 살면 바랄게 없다는 이순애 할머니.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집에 있는 것들을 놀러온 이웃들에게 주려고 아픈 다리로 왔다갔다 한다. 같이 계셨던 올케분이 한 달 내내 일곱 남매 김치를 담궈준 얘기를 한다. 나도 몇 번 할머니 댁에서 식사를 같이 했다. 아이는 할머니가 하룻 동안 소금에 절였다 간을 딱 맞춤한 깻잎을 참 좋아했다.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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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람과 마을, 마을과 지역, 지역과 사람을 잇는 이야기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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